그날의 운천동 _ 유푸름 - 유푸름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푸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푸른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는 되물음에 물음처럼 쉽게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푸른색이 따뜻한 색인지 차가운 색인지 알 수 없듯,푸른 하늘이 맑은 날인 지, 비가 가득 내리는 날인지 알 수 없듯,푸른 눈동자가 밝은 눈을 하고 있는지 어두운 눈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듯.푸른 사람은 몇 번을 봐도 쉽게 알 수 없어 자세히 봐야 하는 사람. 나는 그런 푸른 사람이 되고싶다. 그날따라 익숙해진 운천동이 낯설게 느껴졌다.자주 오게 된 동네지만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운천동의 하늘은 처음 운천동에 온 날처럼 파랗게 반겨주고 있었다. 운천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딜 가도 비슷해 보이던 골목은 또 다른 골목처럼 보였다. 가끔 마주치던 꽃집이왜 터미널 꽃집인지 무심코 지나다녔던 곳에 궁금함을 느끼고 다들 멋스러운 간판으로 바꾸려 하지만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간판에멋스러움을 느끼고 지나가는 건물마다각자의 색을 가지고 있다는 새로움을 느끼고 시선을 바꿔서 바라본 집에서는 신기함도 느껴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본 운천동에서는 작은 것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익숙하지만 낯선 동네,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동네.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동네 위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오늘만큼은 익숙한 동네를 낯설게 바라보고 싶어 다시 안으로 향한다. 더운 날 밖에서 노는 동네 아이들을 보면서부러움을 느껴보고 바닥에 놓인 옥수수자루에 크게 쓰여있는국내산이라는 단어에 소소한 웃음도 느껴보고 창문 밖에서 아무렇지 않게 잘 자라는 포도들을 보며놀라움도 느껴보고 문 앞에 걱정 없이 놓여 있는자전거를 보며 정겨움도 느껴보았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바라본 하늘은여전히 파랗게 반겨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동네는 다시 익숙해졌지만 언젠가 또 낯설게 느껴질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운천동은 예전에도 지금도 나중에도 푸른 하늘을 가지고 있으며 그날의 낯선 운천동도익숙한 운천동도 눈이 부셨다.
원더러스트 WANDERL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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