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길 _ 지민 - 지민 키 라임 파이, 옥빛 바다, 새로운 동네 산책,그리고 웃고 있는 아이를 좋아하는 저는,지나가는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빛으로 필름에 그려봅니다. 그곳에 처음 갔던 건 5월. 봄이 끝나고 날이 더워질 무렵이었다.나는 내 안에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그런 심정이었다. 평소엔 너무나도 씩씩하던 나였지만, 그냥 그만하고 싶었다.하늘을 바라보면 눈에 눈물이 고일 것 같았다. 아니 차라리 눈물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르는 구멍이 있었다.분명 구멍으로 내가 빠져나가고 있는데, 손으로 붙잡아보려 해도, 덧대어 막아보려 해도 계속 새어나갔다.나는 점점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었고, 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겨우겨우 옮긴 몇 발자국 뒤엔 길의 끝이 있었다. 내 눈 앞엔 문 세 개만 덩그러니.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었다.허나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문은 없었다. 나를 반겨줄 이는 없었다.나는 철저히 이방인이었다. 스스로에게 조차도....... 어디에서 온 전깃줄인지, 어디로 가는 전깃줄인지.얽히고 설켜 있는 혼란 속에도 다들 제 갈 길을 알고 있어 보이는데.......왜 난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이 이리도 숨이 찰까. 힘이 들까. 어려울까. 차라리 내가 추명했으면 어땠을까.밖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과 안에서 보는 모습이 같았다면 말이다.안에서는 곪아 누런 고름이 만들어지고 있을 때, 밖에서는 평소의 여전히 씩씩한 나였다.누런 나의 모습은 창 밖에선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보이는 빛.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그걸 지난 다음에는?문을 지나면 또 다시 길을 잃은 내가 될까.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본다. 일단 가고 본다. 끝인 것 같아 보였던 이 길의 끝엔 세 갈래의 골목길이 있었다.세 개 중에 어떤 걸 따라갈지 고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오른쪽 길로 가다가 무서운 개를 만나면 다시 돌아오면 되는 걸.왼쪽 길로 가다가 담으로 막혀있으면 다시 돌아와 다른 길로 가면 될 것을. 높은 곳도 벽과 함께라면 올라갈 수 있지.담쟁이 넝쿨처럼.나 혼자가 어렵다면 우리 함께. 아직은 조금 여리고 약하더라도, 언젠가는 좀 더 단단하게 그리고 튼튼하게.물도 많이 마시고 심호흡도 하고 햇볕도 쬐면 무럭무럭 자라언젠가는 나무가 될 수 있을 거야. 먼지 날리는 육거리 한복판 신호등과 리어카 사이에서 핀흰 꽃도 되어보고. 꽃집 아주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각자 다른 색을 뽐내는 꽃도 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