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바람이 서서히 달궈지기 시작하는 초여름의 어느 날, 너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네. 붉은 벽돌집과 무채색의 건물들을 지나 푸르른 나무들 사이로 뛰어노는 아이들과 햇볕을 피해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어르신들이 계신 공원에서 잠시 추억에 잠긴 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조금만 더 일찍 너를 만나러 왔다면 내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내가 조금은 덜 힘들 수 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 근데 말이야, 한편으로는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낸 나이기에 지금의 너를 만날 수 있었구나 싶더라고, 그래서 더 반가웠나봐, 내가 이렇게 웃고 있는 걸 보면 정말로 너가 반가웠나봐. 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낯선 이 동네를 천천히 걸으며 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을 천천히 담기 시작했지. 지저귀는 새들과 뜨거운 햇볕을 피해 자동차 밑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 새 단장을 준비하는 카페와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점심 장사를 준비하는 식당, 바쁘게 뛰어가는 학생들과 느긋하게 산책을 하는 어르신, 빙글빙글 돌아가는 미용원의 간판과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 화단을 수놓은 꽃들과 살며시 고개를 내민 주택의 나무들까지 어느 것 하나 쉬이 지나치질 못하겠더라고. 그동안 일에 치이고 사람에 지친 내게 이 동네는, 그리고 너는 잠시 쉬어가라는 듯이 말을 걸어주었고, 그 말이 내겐 너무 따뜻했는지 이 동네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져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즈넉한 카페에 앉아 네게 말을 건넸잖아. 나의 6월아, 나는 아직 네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말을 건넬지 모르지만 네가 내게 왔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오늘 이 하루도 잘 이겨낼 수 있고 잘 이겨냈다는 거 아닐까? 햔편으로는 잘 이겨내진 못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같이 잘 이겨내자는 다짐을 하기 위해 오늘의 우리가 이곳에서 만난 건 아닐까? 나의 6월아, 시린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을 보내고 무더운 여름을 앞둔 나의 6월아, 더위에 약한 나처럼 네가 쉽게 지칠까 걱정이 되지만 우리가 함께 한다면 한 여름의 무더위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난 생각해.앞으로 우리 앞에 놓여져 있는 시간들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그 기억이 추억으로 남겨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오늘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거, 이 시간의 기억이 내겐 추억으로 남겨졌다는 거. 나의 6월아, 찬란하게 빛날 나의 6월아, 우리가 매일 행복할 순 없겠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는 그 사실만은 잊지 말고 앞으로도 우리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함께하자. - 작가: 김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