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이다. 천만 원을 쥐고 청주로 내려왔지. 이제 다른 사람 밑에서 돈 벌어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직장 생활은 이제 끝이라고.곧 알게 되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직장 욕을 하며 질력을 내면서도 직장에 다니는지. 그건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이 사회에서 월급이란 가장 쉽고 명확하고 안정적인 돈벌이 수단이기 때문이야. 물론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분명코 다른 문제지.창작을 하는 건 대체로 즐거운 과정이었지만 떨어지는 돈에 대한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어.그래도 버텼다.야간 경비를 하고 막노동을 뛰고 디지털 강사와 미디어 강사를 하며 버텼다.이렇게까지 하면서 기약 없는 창작활동을 해야 하는 것에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몸은 고단하고 돈이 없어 불편했지만 나는 자유였다.부모도, 조직도, 배경도, 직업도 아닌 오직 나. 온전히 나로 매일같이 살고 있었다.보통 직장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를 가야 하니 눈뜨는 게 고역이지만 나는 눈뜨는 게 좋았다.당연하지. 매일같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해서 나의 행복도는 어이없는 월수입에도 불구하고 최상을 찍고 있었다. 하지만 투고 탈락, 공모전 탈락, 지원 사업 탈락이 거듭되는 건 지치고 피곤하고 불안한 일이었다. 내 실력에 대한 인정이 전혀 없으면 창작이란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그렇지만 내가 내세울 거라고는 한번 결정하면 도끼로 내려찍는 결단력과 추진력뿐이었다. 돌아가는 건 선택지에 이미 지웠다. 며칠 전 나는 창작지원금에 선발되었다. 8년이 걸렸다. 나는 값을 치렀다. 혼자 생존하기로 한 값. 작가가 되기로 한 값 말이다. 내 예상보다 몇 배는 큰 값이었지만 나는 온전히 내 지갑으로 그걸 치러냈다. 이제야 나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도 원하고 바라던 작가라는 자리가 생긴 것이다.지원금이 들어오면 뭘 하고 싶은지 다 정해두었다.오메가 씨마스터 다이버 시계를 사고, 고급 참치집에서최고 비싼 코스 식사를 하고 파란색 정장을 맞추고 허먼밀러 의자와 리얼포스 키보드를 사기로 했다. 내 물욕이란 이 정도의 것이다. 그런데도 참 길었다. 인생은 쉽지 않다. - 작가: 최정인
원더러스트 WANDERL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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